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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sonJun
1-1 : 나의 삶을 결정짓는 것들 본문
우리는 살면서 수많은 결정을 내리는데 대부분의 시간을 사용합니다. 다가올 점심에 무엇을 먹을지와 같은 사소한 결정부터 자신의 인생을 정할 수 있는 무거운 결정까지, 다양한 결정을 하기 위해 많은 시간을 들여 고민합니다. 그리고 마침내 결정을 하면 그 결정에 따라 생각하고 행동합니다. 이런 생각과 행동을 하면서도 수많은 고민과 결정이 이어지고 이로 인한 결과를 통해서 다시 고민하고 결정을 내립니다. 이러한 과정의 반복으로 삶이 구성되고 이렇게 구성된 삶은 곧 지금의 자신을 의미합니다. 즉, '나'라는 존재는 어떤 상황에서 어떤 생각으로 어떤 결정을 내리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당신은 어떤 사람인가요?'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 어떤 대답을 하실 건가요? 저를 포함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막연함이 먼저 느껴질 겁니다. 각각의 상황마다 판단 기준이 다르고 그 기준의 근거도 모두 다르기 때문입니다. 그럼 우리는 평생 자신이 누구인지 정의하지 못하는 걸까요? '나'에 대해 누구보다도 제일 잘 알 수밖에 없는 내가 '나'를 알지 못한다면 자신 이외의 다른 무언가를 어떻게 제대로 알 수 있을까요? 타인보다 자신에 대한 정보가 훨씬 많고 정확할 내가 ‘나’를 모른다면 타인과 상황을 제대로 알 수 있을까요? 우리는 상황을 알아야 적응할 수 있고 사람을 알아야 친해질 수 있기에 다양한 상황 속에서 더불어 살아가는 지금의 사회를 살아가기 위해서는 '나'를 분명하게 알아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나’에 대해 제일 잘 알고 있는 내가 '나'를 안다는 것은 다른 무언가를 제대로 알 수 있는 기반이 됨을 의미하기에 보다 신중하게 고민하고 확실하게 알아야 할 것입니다. 만약 자신에 대해 잘못된 방향으로 알게 된다면 다른 것들도 잘못된 방향으로 생각하게 될 것이고 이는 삶에 큰 악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그럼 어떻게 '나'를 알 수 있을까요? 앞서 얘기했듯이 '나'는 어떤 상황에서 어떤 생각으로 어떤 결정을 내리는 사람이라고 정의할 수 있습니다. 때문에 자신이 지금까지 내렸던 수많은 생각들과 결정들이 어떤 일관성(공통점)을 가지고 가리키는 방향이 있다면(내 생각들의 근본을 알 수 있다면) 자신이 누구인지 정의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해왔던 수많은 결정들과 그 결정을 내리게 한 생각을 돌아보았을 때 공통적으로 떠오르는 것이 있나요? 단순히 내가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 관심 있는 것, 하고 싶은 것, 내가 과거에 생각하고 결정했던 것, 내가 하고 싶은 것 등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러한 결정과 생각의 공통점을 생각해 보는 것입니다. 왜 좋아하는지, 왜 싫어하는지 등을 알고 나서 그 생각의 공통점을 찾아보고, 만약 찾지 못했다면 '왜 좋아하는지의 근거', '왜 싫어하는지의 근거' 등을 생각해 보면서 공통된 생각이 나올 때까지 왜?라는 질문을 이어가는 것입니다. 왜 나는 이런 생각을 갖게 되었는지를 지속적으로 고민하면서 서로 다른 결정끼리 공유하는 생각과 기준을 찾아보는 것입니다. 이렇게 내가 가지고 있는 생각들의 공통점을 탐구함으로써 스스로 다양한 상황을 근본적으로 어떻게 받아들이는지(옳고 그름의 기준), 그리고 이런 생각을 기반으로 나는 어떤 결정을 하고 어떤 목적(되고 싶은 '나', 나의 목표/계획들, 나의 철학 등)을 이루고 싶은지, 이 목표를 이루기 위해 지금 내가 하고 있는 것은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해 보는 것입니다. 좀 더 쉽게 길에 비유해 보면 내가 지금까지 걸었던 발자국을 봤을 때 내가 어디에 서 있고, 어디로 가고 있었고, 잘 가고 있는지 그리고 그 길이 옳은 길이면서 동시에 내가 원하는 길인지 알아보는 것입니다.
만약 옳은 길을 가고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주체적인 목표(내가 믿는 기준에 부합하면서 목표를 달성할 때 행복이 느껴지는 기준/목적)를 가진 자신이 보인다면 스스로에 대해 잘 알고 있으며 ‘나’의 삶을 살고 있다고 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런 자신을 떠올리고 목표의식과 행복감을 느낀다면, 스스로 자신을 확신하는 데 있어서 의심의 여지는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보이지 않는다면 지금 잠시 멈춰야 할 것입니다. 내가 내린 결정들이 나를 결론짓지 못한다면(공유하는 생각이 없다면) 그 결정은 온전히 자신이 내린 결정이 아니라 타인과 상황에 의한 결정이라는 것이고, '나'는 지금까지 그 결정들에 따라 살았던 것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내가 누구인지를 확실하게 알고 '나'의 기준에서 타인과 상황을 해석하고 생각하고 결정하고 행동한 것이 아니라 그저 타인과 상황에 의해 결정되고 행동한 것입니다. ‘나’를 모른다는 것은 자신의 생각이 맞는지 확신할 수 없다는 것이고, 이는 스스로의 결정보다 타인과 상황에 의존하고 따르게 됨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때로는 타인의 의도에 따라서, 혹은 상황의 분위기를 따라서 결정한 것인데 대표적으로 ‘예전부터 그렇게 해와서’, '다 그렇게 하길래', ‘그렇게 해야 할 것 같은 분위기여서’, ‘이렇게 하라고 해서’ 등과 같은 생각들입니다. 이런 생각과 결정은 상황과 타인에 의해 쉽게 바뀔 수 있으며 누구나 간단하게 할 수 있는, 타인과 상황을 인지할 뿐인, 표면적이고 단순한 생각입니다. 즉, 이렇게 상황과 타인을 인지하는 수준의 생각과 결단은 '내'가 없었던 결정으로서 온전히 자신이 내린 결정이라 할 수 없는 것입니다. 물론 이런 생각과 결정도 분명 자신이 한 생각이자 결론이라고 할 수 있지만 생각해 보면 상황과 타인에 의해 결정된 것과 다를 게 없는 것입니다. 물론 항상 모든 상황에서 자신이 가지고 있는 기준을 떠올리고, 생각하고, 결정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급박한 상황이나 사소한 상황에서는 진지하게 자신의 생각을 돌아보지 않고 좀 더 신속하게 또는 편하게, 때로는 재미를 위해 쉽게 생각하고 결정할 수 있습니다. 또한, 때와 장소에 따라서는 개인적인 생각을 우선시하는 것이 아닌 타인의 감정과 생각, 그리고 상황의 흐름에 좀 더 집중하고 고려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나’를 제대로 알지 못한 채로, 혹은 안다고 해도 이런 결정들이 편하고 빠르고 재밌다는 이유로, 이렇게 하면 타인에게 미움받지 않을 것 같다고 생각하면서 계속 살아간다면, 내 인생에서 나의 생각은 점점 희미해지고 시간이 지나 본인에게 중요한 결정에서 상황과 타인에 의한 결정을 하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이는 과거 나의 선택과 생각에 대한 후회와 이로 인한 자책이 실제로는 완전히 다른 원인을 갖고 있을 수 있다는 의미가 됩니다. 타인과 상황에 의한 결정을 온전히 자신이 내린 결정이라고 생각하고 자책하는 경우로서, 이 경우에는 내가 책임감을 느끼고 자책하는 그 결정과 생각이 정말 내가 내린 결정인지부터 생각해 봐야 하는 것입니다. 자책해야 할 것은 그 결정/생각을 한 본인, 그 결정을 하게 한 상황과 타인이 아닌 ‘내’가 없는 나의 모습 일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내가 없는 나의 결정/생각에 대해 자책한다면 이는 모순인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모순이 있기 때문에 사람들은 매 순간 자책을 하면서도 정작 변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근본적으로나, 결과적으로나 나를 정의하는 진실된 나의 모습은 변화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나의 과거를 결과나 원인에 따라 후회하거나 뿌듯해하면서 정리하기 전에(‘그런 결정하지 말걸…’, ‘앞으로는 그렇게 결정하지 말아야겠다.’, ‘상황이/타인이 그래 가지고’, ‘이렇게 하길 진짜 잘했네’, ‘앞으로도 이렇게 해야겠다’ 등) 내가 왜 그런 생각과 결정을 하게 되었는지에 대해 고민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런 고민의 끝에서 자신의 공통적인(근본적인) 생각과 기준이 보이지 않는다면, 내 결정과 생각에 대해 타인과 상황을 걷어내고 다른 이유를 찾을 수 없다면, 그것은 나를 정의하는 ‘나’의 결정이 아닌 것으로서 자신을 정의할 수 없는 순간인 것입니다.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상황과 타인에 따라 일방적으로 바뀌고 결정되는 시간들로 삶이 채워지는 것입니다. 만약 이런 시간(과거)으로 지금의 자신을 정의한다면 더욱 자신이 누구인지 더욱 알기 어려워질 것이고 타인과 상황에 쉽게 휘둘리게 될 것입니다. 동시에 내가 무엇을 어떻게 원하는지 알 수 없기 때문에 결코 내가 원하는 행복을 이룰 수 없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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